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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사양리에 위치한 애도(艾島)는 면적 0.177km², 해안선 길이 1km의 아담한 섬으로, 단 19세대 34명이 거주하는 조용한 작은 섬이다. ‘쑥섬’이라는 애칭처럼 이 섬은 예부터 쑥이 지천으로 자라던 곳으로 유명하며,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는 생태의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고흥 외나로항에서 불과 2km 거리로, 배를 타면 단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애도는 바쁜 도시 일상 속 쉼을 찾는 이들에게 한적한 힐링을 선사하는 숨겨진 보석 같은 섬이다.
‘애도’라는 이름의 유래
예로부터 애도는 ‘쑥섬’이라 불렸다. 따뜻한 기후 덕에 봄이면 섬 곳곳에 쑥이 자라 외지에서도 채취하러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쑥에 대한 자부심이 깊어 ‘애도’라는 한자 이름(艾島)을 되찾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였고, 결국 2009년 9월 행정구역상 공식 명칭으로 ‘애도’가 복원되었다.
한때는 ‘봉호(蓬湖)’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쑥이 호수에 잠긴다’는 의미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명칭이었다. 섬의 모양이 소가 누운 형태라 ‘와우형(臥牛形)’이라 불리며,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이 특징이다.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로 가득한 섬 풍경
애도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섬 뒤편에 펼쳐진 후박나무 군락지다.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진 이 나무들은 수십 년간 섬을 지켜왔다. 겨울이면 진한 초록의 후박잎이, 봄이면 동백꽃이 섬을 붉게 수놓으며 사계절 다른 매력을 뽐낸다.
돌담길이 인상적인 애도 마을은 바닷바람과 태풍을 막기 위해 집 둘레에 높다랗게 쌓은 돌담이 특징이다. 특히 방풍림 역할을 하는 나무들과 조화를 이루는 이 돌담 풍경은 마치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예술작품 같다.
조용한 섬, 그러나 풍요로웠던 과거
현재는 30여 명의 고령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애도는 과거 풍요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1970년대에는 60가구 이상, 약 4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았고, 안강망 어업으로 유명해 외지에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부촌이었다.
삼치, 민어 등 어족 자원이 풍부했고, 그 수익으로 육지에 전답을 사거나 자녀를 유학 보내기도 했다. 나룻배를 타고 외나로도로 통학하는 초등학생들이 많았던 시절, 이 작은 섬은 작지만 강한 경제 공동체였다.
그러나 어족 자원의 고갈과 고대구리(소형 기선저인망) 어업의 중단, 젊은층의 이탈로 점차 섬은 조용해졌고, 지금은 묵은 밭과 잡초만이 과거의 흔적을 말없이 전하고 있다.
해안길 따라 걷는 애도 트레킹
애도는 섬 둘레가 단 1km에 불과해 트레킹하기에 제격이다. 선착장에서 북방파제를 지나면 바로 마을로 이어지고,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들과 임야, 갯바위 지대를 지나 등대가 있는 해변까지 이어진다.
남쪽 끝으로 가면 애도를 이루는 두 섬을 연결하는 무인도 방파제가 나타나며, 여기서 멈추는 시멘트 포장이 마치 끝과 시작을 동시에 말해주는 듯하다.
쉼터인 팔각정자, 오래된 공동우물터(1973년), 마을회관 등도 이 소박한 섬의 일상과 역사를 느끼게 해준다.
애도의 오늘, 그리고 내일
지금의 애도는 조용한 ‘쑥섬’으로 기억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바람은 여전히 크다. 외나로도 축정선착장과 애도를 잇는 작은 인도교라도 설치되길 바라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내외나로도와 사양도가 연륙되고 있는 상황에서, 애도 역시 외부와 연결되는 작은 다리 하나만으로도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고흥 섬 여행의 숨은 진주, ‘쑥섬 애도’
전남 고흥군의 수많은 섬 중에서도 애도는 후박나무 숲과 돌담길, 그리고 쑥의 향기가 살아 숨 쉬는 매력적인 여행지다.
섬의 작고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사람, 시간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여행지다.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적한 섬마을의 고요함과 봄철 향긋한 쑥의 정취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번엔 고흥 애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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